[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 에이티즈, 카드, 피프티 피프티. 현재 글로벌 차트를 장악하는 이들의 성공 공식은 비슷하게 닮아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반응이 왔고, 이러한 해외 인기가 국내로 ‘역수입’됐다는 것. 지금의 글로벌 K팝 시장에 딱 부합한 방식이다. 여기에 끌어주는 소속사 선배 없이 성공했다는 것도 빼닮았다.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신인 그룹이 있다. 데뷔 전부터 일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더니, 현재 열도를 달구고 있는 팀. 이제 국내에서도 서서히 인지도를 높여가는 팀. 새로운 글로벌 루키에 기대를 걸고 싶다면, 그룹 엔싸인(n.SSign)을 반드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엔싸인은 지난해 2월과 3월, 일본 나고야, 오사카, 삿포로, 후쿠오카, 도쿄 등 일본 5개 도시에서 총 12회에 걸쳐 제프투어를 진행했다. 이는 정식 데뷔 전 그룹 중 최초로 제프투어를 한 경우다. 또한 일본 최대 OTT 플랫폼 아베마 오리지널을 통해 ‘엔싸인 TV!’와 팬미팅을 독점 공개하는 등 신인으로서 이례적인 행보를 펼쳤다.
지난해 8월 국내에 정식 데뷔한 이후에는, 더더욱 열도를 달군 분위기다. 데뷔 앨범 ‘버스 오브 코스모’는 국내 앨범이지만, 일본 아이튠즈 종합앨범 차트 1위에 오르며 존재감을 빛냈다. 특히 데뷔 3개월 만에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 단독으로 입성, 감탄을 유발한다. 1만 석이 넘는 아레나 공연장을 중소 기획사의 신인 그룹이 홀로 채웠기 때문. 일본 데뷔 싱글 ‘뉴 스타’로 이 기세를 잇기도 했다. 발매와 동시에 일본 아이튠즈 톱100 K팝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바다.
아직 정식 데뷔가 1년이 되지도 않은 현재, 비교적 규모가 작은 중소 기획사의 신인 그룹이 아시아 최대 음악시장인 일본을 뒤흔들어 놀라움을 산다. 더군다나 대다수 현지 멤버들로 구성된 현지화 K팝 그룹과 달리, 엔싸인은 10인 멤버 중 일본인 멤버가 한 명뿐이다. 또 국내에서 아직 낯선 것도 사실이기에, 이러한 엔싸인의 일본 인기는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엔싸인은 2022년 8월 종영한 채널A 오디션 프로그램 ‘청춘스타’를 통해 탄생한 팀이다. 당시 ‘청춘스타’는 방영 당시, 시청률 1.2%대로 시작했지만 3화부터 0%대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다만 한국과 동시간대에 일본 아베마에서도 실시간으로 방송됐는데, 한국에서의 인기와 다르게 일본에서는 높은 조회수와 화제성을 보인 바다. 일본에서 K팝 팬들이 즐겨보는 플랫폼인 아베마에서 ‘청춘스타’는 6주 연속 K팝 부문 시청 1위에 올랐다. 이러한 ‘청춘스타’의 현지 반응이 엔싸인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일본 팬 확보에 힘을 기울인 모양새다. 엔싸인은 정식 데뷔 전 나고야, 오사카, 삿포로, 후쿠오카, 도쿄 등 일본 5개 도시에서 총 12회 제프투어를 진행해 총 2만 2000여 명의 관객을 만났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일본 각 도시를 돌면서 팬들과 직접적으로 만난 것이다. 엔싸인의 비주얼과 실력을 직접 눈으로 본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타기 시작했고, 팬덤의 규모도 커져갔다.
멤버들도 오프라인으로 팬들을 직접 만난 것이 인기 비결로 짚은 바다. 지난 2월 미니 2집 ‘해피앤드’ 쇼케이스에서 한준은 “팬들을 직접 만나러 다니며 곳곳에서 공연을 했다. 공원, 옥상 등에서 무대를 하고 팬 한분 한분 손을 잡아드렸던 것이 진심이 닿은 것 같다. 그런 마음이 통해서 우리의 매력에 푹 빠진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여기에 프리데뷔 전략도 엔싸인 일본 인기에 방아쇠를 당긴 부분이다. 프리데뷔 미니앨범 ‘솔티’에 이어 프리데뷔 리패키지 앨범 ‘모놀로그’까지 발표하며, 본격 데뷔 예열을 데워 온 것이다. 이와 함께, 앞서 언급한 제프투어는 물론, 아베마 오리지널을 통해 일본 현지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면서, 데뷔 전부터 열도를 들썩이게 만든 바다.
특히 아베마를 통해 꾸준히 얼굴과 이름을 알린 것도 효과를 톡톡히 본 모양새다. 특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엔싸인 TV! ‘, 전 멤버가 출연한 ASMR 드라마 ‘소리사탕-나를 채우는 너의 소리’ 등 다채로운 콘텐츠에 출연한 것이다. 여기에 아베마 지원 속에서 진행된 각종 팬미팅도 팬들과 소통하는 창구가 됐다.
이외의 마케팅도 신선했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쇼핑몰 시부야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여는가 시부어109 실린더에 엔싸인 대형 외벽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일본 대표 편의점 로손 전국 매장에서 데뷔곡 하이라이트 음원이 나왔고, 일본 최대 레코드숍 에이치엠브이 앤 북스 전국 매장에서 엔싸인 패널전이 진행된 바다. 또 일본 굴지 대기업 라쿠텐과 투자 계약을 체결, 다채로운 업무 협약 및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있다. 아울러 오는 7월에는 엔싸인의 시작을 담은 영화 ‘엔싸인 더 무비’가 일본 전 지역 약 80개 이상의 극장에서 동시 개봉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소속사 n.CH엔터테인먼트(이하 n.CH)의 영리한 전략이 있었다. 사실 n.CH는 정창환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출신이다. 정 대표는 SM 일반 사원으로 시작해, 자회사 SM C&C 대표까지 역임했다. 당시 쌓은 경험과 해외 네트워크를 n.CH에서 엔싸인을 통해 증명하는 중이다. 일본 각종 오프라인 행사, 아베마 및 라쿠텐과의 계약 체결 등 엔싸인이 일본 팬덤을 확장할 수 있는데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다른 임원진도 SM 재직 시절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등 당대 최고의 K팝 인기 가수들 매니지먼트를 맡고, 미디어 계획을 총괄했던 인물들이다. 이들의 힘은 엔싸인이 무려 3개월간 음악방송 활동을 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엔싸인은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미니 2집의 ‘해피앤드’, ‘펑크 잼’, ‘러브, 러브, 러브 러브 러브!’를 이어가는 트리플 타이틀곡으로 활동한 바다. 최근 센터나 본부제로 불리는 대형 기획사들의 레이블화, 아이돌 가수들의 길어진 수명 등으로 음악 방송 라인업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지만, 이를 가능하게 한 n.CH 임원진의 힘이 느껴진다.
이에 힘입어 엔싸인은 국내에서도 폭발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 데뷔 앨범은 초동(앨범 발매 후 일주일간 음반 판매량) 20만7227장의 초동 판매고를 올리며, 당시 발매 기준으로 역대 보이 그룹 데뷔 앨범 초동 기록 5위를 차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데뷔 일주일 만에 음악 방송 1위 후보에도 오르며 강력한 팬덤의 화력을 증명한 바다. 이어 지난 2월에 발표한 미니 2집은 초동 23만 2769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자체 최고 기록을 달성, 성장세를 자랑했다.
데뷔 전후로 쉼 없는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엔싸인. 양국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만큼, ‘글로벌 루키’의 존재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계속해서 한국과 일본에서 더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엔싸인의 미래에 기대가 모인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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